Prod9 Farewell, 2024 정말이지 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특히나 12월은, 45년만의 계엄으로 시작해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참사로 마무리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눈을 감으면 사고 장면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나가야 한다.지금 당장은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불투명해 보이겠지만, 자연이 언제나 무한한 회복력을 통해 재생하고 질서를 바로 잡아 나가듯이 우리의 세상도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며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법이다. 매년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해의 계획을 세우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2024년의 나는 무엇보다 미국에 오기 전과 후로 나눌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아무래.. 2025. 1. 14. 국룰에 대한 짧은 생각 오늘은 미국 기준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샌디에고 날씨는 우중충했다. 사실 샌디에고에서 우중충한 날씨를 경험하는 날은 극히 드물지만, 살면서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나로서는 흐리고 우중충한 분위기가 나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연상하게 해주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여기서도 뉴스를 챙겨 보고 있지만, 12월 3일 이후 한국의 상황은 한치앞을 예상하기 힘든 불확실성에 계속해서 갖혀 있는 것 같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여유를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서로를 격려하고 희망을 찾아야 하는데, 어쩌면 크리스마스가 정확히 그런 날이 아닐까 싶다. 크리스마스에 눈도 오지 않고 20도를 오르내리는 기온도 낯설지만 또 한가지 낯설었던 점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흑인 산타를 만났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자라는 동안 내 오랜 스테레.. 2025. 1. 14. 한국이 싫어서 휴직 후 좋은 점은 운동과 독서에 사용할 에너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휴직 하고 읽은 첫 번째 책, 한국이 싫어서. 나는 한국이 싫어서 미국으로 가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나와 비슷한 세대의 친구들이 이민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에 호기심이 생겨서 집어들었다. 국적은 내가 선택하지도 원하지도 않았지만 나에게 부여된 채 태어난 것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며 나의 삶과 나의 정체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 세계의 다수가 추구하는 삶의 궤도가 은연중에 구성원들에게 강요되며, 그러한 궤도에 순응하는 삶은 열정과 끈기와 인내로 포장되고 궤도를 이탈하는 선택은 패배자이자 낙오자로 취급받는다. 이민은 그러한 궤도를 깨고 내 삶에 주어진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작업이다. 물론 이민을 가서 시민권을 딴다고 .. 2025. 1. 14. 퍼펙트 데이즈 다음주면 10년간 쉼없이 달려온 회사생활을 잠시 멈춘다.그리고 일단은 1년간 미국 샌디에이고에 가서 이것저것 하고 올 계획이다.취업하고 첫 출근을 한 이후로 이렇게 장기간 멈춘 적은 처음이라 벌써부터 돌아온 뒤가 어떨지,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사실 나는 현재의 삶에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회사생활에 굉장히 만족했고, 업무적으로도 롤이 넓어지면서 주도적으로 일하고 성장하는 느낌을 갖고 있다. 이대로 한국에서 살아간다면..? 아마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는 책을 읽거나 악기를 배우거나 요리를 배워보고주말에는 캠핑을 떠나거나 골프를 즐기며 살아가는 중산층의 삶도 가능할 것 같다. 그래도 일단 떠나보려 한다.다녀온 뒤에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다녀온 뒤의 삶이 또 기다리.. 2025. 1. 14. 도비 이즈 프리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다면 남들과 같은 스테이지에 서 있어서는 안된다. 내가 서 있는 스테이지가 남들과 다를 때, 나의 비교우위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예를 들면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와 같은.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경쟁과 비교이다.회사에서 책정한 한정된 자원을 나눠 가져야 하는 월급쟁이의 특성 상 동료들과 경쟁하고 그 평가를 받아야 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회사를 나서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감상은, 내가 남들과 같은 월급쟁이의 스테이지에서 어떻게든 밀려나지 않고 버텨보겠다고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동료들에게 속 좁게 굴었던 그렇게 많은 날의 한심한 내 모습이었다. 물론 안정된 수입이 필요했고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있기도 했으며) 전문직이 아닌 이상 회사의 타이틀을.. 2025. 1. 14. 핵개인시대 핵개인시대. 고령화와 지능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 시대에는 기존의 관습과 문법과 체계가 모두 흔들리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닌 시대에서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누구도 경쟁할 수 없는 나만의 유니크한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소위 오리너구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새로운 룰을 만들어 나가는 인사이트를 경청했던 시간. 2024. 3. 23.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