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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by 호랑2 2025. 1. 14.

다음주면 10년간 쉼없이 달려온 회사생활을 잠시 멈춘다.


그리고 일단은 1년간 미국 샌디에이고에 가서 이것저것 하고 올 계획이다.
취업하고 첫 출근을 한 이후로 이렇게 장기간 멈춘 적은 처음이라 벌써부터 돌아온 뒤가 어떨지,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사실 나는 현재의 삶에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회사생활에 굉장히 만족했고, 업무적으로도 롤이 넓어지면서 주도적으로 일하고 성장하는 느낌을 갖고 있다. 
이대로 한국에서 살아간다면..? 아마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는 책을 읽거나 악기를 배우거나 요리를 배워보고
주말에는 캠핑을 떠나거나 골프를 즐기며 살아가는 중산층의 삶도 가능할 것 같다.

 

그래도 일단 떠나보려 한다.
다녀온 뒤에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다녀온 뒤의 삶이 또 기다리고 있을테니.

 

인생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내일의 일을 오늘 예단하는건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인 것 같다.
그저 선택을 하고 묵묵히 갈 길을 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똑같은 코스를 달리고 똑같은 사우나에서 씻고 똑같은 길로 출근하고 
똑같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똑같은 길로 퇴근하고 똑같은 시간에 잠을 자던 삶이

 

사실은 똑같지 않았다는 이야기.

 

사실은 매일의 날씨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내가 가던 식당의 단골 메뉴가, 즐겨 찾던 카페가, 
나와 함께 일하던 동료가 달라지고 사라지고 새로 생기면서 미묘하게 혹은 내 삶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변화하고 있었다는 것.

 

반복된다고 생각했던 일상의 루틴과 매일매일 변화하는 나를 둘러싼 세상의 가운데 그 어딘가에서 
나는 오늘도 살아가거나 혹은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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