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의 어원이 사회 안전망의 부족과 인간이 살아가기 척박한 자연환경으로 인한 호환 등의 재난들 때문에 밤을 무사히 보내는 것이 힘들었던 상황에서 유래 했다는 설이 있다.
비슷하게 일본에서는 "타다이마-오카에리" 라는 인사가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다녀왔습니다. - 잘 다녀왔니?" 정도의 의미인데, 주로 어업에 종사 했던 일본의 특성상 남자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게 되면, 그 길로 집에 돌아오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결국 집에 무사히 돌아온다는 것은 그들이 나눌 수 있는 최고의 안부 인사 이었을 것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도입부에서 송태섭의 유년 시절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곧이어 바다로 낚시를 떠난 송태섭의 형마저 집으로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다는 설정으로 이어진다. 뛰어난 농구 유망주였던 형의 뒤를 이어 농구를 하게 되는 송태섭은 든든한 지원자였던 형을 잃은 상실감과 농구 선수로서 형과의 끝없는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이 교차하는 속에서 방황하며 동시에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에서 산왕과의 전국대회 시합을 마치고 돌아온 송태섭과 그의 엄마가 바닷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마지막 씬이 의미심장하다. 시합은 어땠는지 묻던 엄마는 이야기 끝에 "오카에리." 라는 인사를 건네고 송태섭은 "타다이마." 라고 대답한다. 그 집안의 남자들은 모두 집을 떠난 뒤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송태섭의 존재는 엄마에게 커다란 위로이자 선물이고, 그러한 모든 감정이 안부인사에 녹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엄마는 "키는 좀 컸니?" 라고 묻는데 그것은 긴 여정끝에 집으로 돌아온 송태섭의 성장을 의미한다. 그래서 송태섭은 그 대답으로 시합 내내 간직했던 형의 손목 아대를 엄마에게 돌려준다. 이제 형의 그림자가 없어도 NO.1 가드인 농구 선수로서 당당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이다.
내 또래의 초중고 시절을 관통하는 컨텐츠가 있다면 <슬램덩크> 일 것이다. 우리들은 그 안에서 승부의 치열함과 동시에 패배가 주는 교훈을 배웠고, 우정과 낭만을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자양분으로 삼아 각자의 삶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런 우리에게 20여년의 세월을 지나 집으로 돌아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 "타다이마." 라는 인사를 건넸고,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오카에리."라고 대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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