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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공포증에 대한 단상

by 호랑2 2023. 2. 20.

출처 :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343

 

뭐든지 MZ세대로 묶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이제는 “전화공포증”도 MZ의 특징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전화공포증은 엄밀히 따져봐야 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통화를 두려워하는 증상이라기 보다는 “걸려오는” 전화에 대한 불편함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전화라는 매체의 특징에서 비롯되는데, 철저하게 “거는”사람이 주도권을 쥘 수 밖에 없는 통신 방식이기 때문이다. 용건은 언제나 “거는” 사람이 가지고 있으며, 받는 사람은 “통보” 받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나마 편하거나 자주 연락하는 사이라면 그 “용건”에 대해 짐작가는 구석이라도 있겠지만, 데면데면한 사이 또는 업무적인 사이에서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는 그 내용을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받는 타이밍 또한 그러하다. 철저하게 “거는” 사람이 통화하기 편한 타이밍에 전화는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거는 사람이 편한 시간에 받는 사람이 맞춰 줄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아닌가.

이러한 전화의 특징은 전화를 매개로 업무를 처리하는 콜센터 직원들의 고충과도 그대로 맞닿아 있다. 상대방의 (그것도 일반적으로 화가 나 있는) “용건”에 무방비한 상태로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전화 응대 직원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 말이다.

전화공포증을 단순한 개인의 성격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20세기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ChatGPT가 활약하는 시대에 아직도 전화를 유일한 소통 방식이라고 여기는, 그래서 전화도 못받는 세대가 아니냐고 비웃듯 훈계하는 사람들의 생각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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